나는 점과 선으로 무림을 본다.
울음을 터뜨릴 수 있을까.
진명은 울지 못했다.
그날 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불타는 마을, 찢어지는 비명,
그리고 돌아오지 않은 부모.
헛간의 어둠 속에서
아이는 세상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날 이후,
진명의 눈에는 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움직임의 흔적, 기운의 흐름,
사람과 세상을 잇는 보이지 않는 ‘결(結)’.
“너의 탓이 아니다.”
그 한마디로 목숨을 이어붙인 아이는
이제 살아남기 위해 무림으로 들어선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잃고도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성장담.
상처 위에 세워진 한 소년의 무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