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인류를 구한 것 같다 표지

너무 일찍 인류를 구한 것 같다

라시린 - 새까만 어둠 속.

그에 지지 않을 만큼 까만 돌로 이루어진 지구라트 꼭대기에 자리 잡은 석좌 위, 검은 사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의 이름은 ‘벨 네르갈 에르세투’().

해석하자면 ‘명부(冥府) 에르세투에 군림하는 죽음의 신위를 지닌 주신 네르갈’이라는 뜻이다.

자칭이지만.

그래도 거짓투성이인 이름에서 한가지 진실을 밝히자면 그가 실제로 ‘죽음의 신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멋들어져 보이지만, 이미 모든 생명이 죽어버려 더 이상 죽음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다보니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그대로 죽지도 살지도 않은 몸으로 썩어가던 중.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직 멸망하기 전인 평행 세계의 지구를 발견한 그는 평행 세계일지라도 지구를 구원하고자 결심하고 명부에 숨어 암약한다.

온갖 고생을 하며 10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남은 대재앙은 3개.

앞으로 남은 10년간 이 3개만 해결하면 된다고 마음을 가다듬던 그때.

뭐…? [관측 가능한 1,875,880시간 7분 27초 이내 인류 파멸 확률 0.0000001%]?

아무래도 예상보다 너무 일찍 인류를 구원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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