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그 시절 우리는 참으로 어여뻤다.
그저 이놈저놈 할때의 그 '놈'이라는 뜻으로 남자아이는 '노마'라고 불렀고,
여자 아이는 '노미'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동네마다 참으로 '노마'와 '노미'가 많았다지요.
부모들이 자기 아이에게 이렇게 흔하고 볼품없는 이름을 지어준 이유는
실은 귀한 아이일 수록 천한 이름을 지어주면
그 아이가 악한 일을 면하고 오히려 오래오래 잘 산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의 할머니 '노미'는 착하고 어여쁜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가 건너야했던 그 세월은 그렇게 착하지도 어여쁘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귀한 것도 사람이고, 가장 천한 것도 사람이던 시절.....
너무도 많은 귀한 이들을 잃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빼앗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견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아서 좋았을까요?
노미는 살아남아서, 살아서, 미안했고, 부끄러웠고, 슬펐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는.... 노미는.... 참으로 어여뻤습니다.
나의 할머니 '노미'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