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보호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표지

그 애(보호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

꼬긴고 - 그 애를 처음 본 건 12살 때였다.
초등학교 5학년, 봄이 다 지나갔을 무렵 그 애가 옆집으로 왔다. 그 애는 인심 좋고 상냥한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녀다. 원래 서울 비싼 동네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사업 부진으로 가세가 기울어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내려온 것이다.
처음 본 그 애는 여장부 같았다. 웬 서울말을 곱게 쓰는 기집애가 선뜻 다가와 의젓하고 씩씩한 말투로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다.
“안녕, 네가 옆집 애구나?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자, 괜찮다면 동네 구경 좀 시켜줄래?”
서울 애들은 다 이런 걸까. 동화책이나 만화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를 현실에서 말하는 애를 처음 본 것이다. 그땐 그게 얼마나 멋있어 보이던지 그 카리스마에 눌려 기가 죽었다.

그 애가 싫었다. 아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 앤 매번 시답잖은 걸로 참견해댔다. 허리를 곧게 펴서 앉아라, 연필을 바르게 잡아라, 그 문제는 그렇게 푸는 게 아니다라는 둥 시시콜콜한 걸로 자꾸 귀찮게 했다. 문제는, 그 태도가 거만하거나 으스대는 게 아니라 그 의젓하고 친절한 말투로 가르치듯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마저도 그 애의 행태를 칭찬하셨다. 그게 13살짜리 소심한 꼬마로선 환장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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