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짓 표지

짐승의 짓

제이에렌 - “어느 부부가 붙어먹고 나서 이혼을 해?”

서희의 두 눈에 짙은 두려움이 감돌았다.
아침까지만 해도 무감한 얼굴로 이혼을 고하던 제하였기에,
그가 번복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혼해 주기로 했잖아요.”
“그건 너랑 자기 전 일이고.”

제하의 성대를 느릿하게 긁으며 나온 음성엔 낮은 조소가 섞였다.
서희의 가슴이 불안하게 뛰었다.

“똑바로 말해, 왜 이혼하자고 한 건지.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진실을 확인하려는 듯 제하가 그녀의 턱을 감싸 쥐었다.
위압적인 손짓에 저절로 서희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확인해 보면 되겠네.”

허공에서 마주 얽히는 남자의 시선이 서희를 단번에 집어삼킬 것 같았다.
냉혹하고, 서늘한 저 시선은 분명 오래전 서희가 기억하던 다정한 눈빛이 아니었다.
그가 오래전의 제하가 아니듯이.

“연서희, 네 말이 어디부터가 진실이고.”

맞닿을 듯 가까워지는 입술 사이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달라붙듯 치밀었다.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비로소 도망칠 수조차 없는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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