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기 [E]
바야흐로 야구 시즌이다.
프로 데뷔 후 첫 시즌을 맞이한 신인 투수가 마운드에 처음 올랐을 때의 마음이 이러할까.
어떡하든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어 내일 아침 스포츠 신문 일면을 커다랗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가 폭투가 되어버렸을 때의 느낌이 이러할까.
보란 듯이 출사표(出師表)를 던지려고 했지만,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결국 먹물만 잔뜩 튀긴 꼴이다.
사람들의 운명이라는 총체(總體)는 바로 인연(因緣)이라는 모티브가 모여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나고 헤어짐이 횡(橫)으로 얽혀서 인연이 되고, 그 인연과 인연이 종(縱)으로 엮여서 그들의 운명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된 제구력(制球力)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마음먹은 데로 공이 가지 않는 것은, 정말이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단지 몇 시즌만을 뛰고 사라지는 투수가 되고 싶지는 않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더 각광받는, 그런 프로가 되고 싶다. 그래서 지금 나는 결코 실망하지 않는다. 분명히 다음 등판 때에는 보다 좋아진 제구력을 여러분 앞에 선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