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본기 [E]
“사제. 네가 모든 짐을 지어야 하는구나.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사제를 먼저 보내야 하다니.”
“사형, 헉! 깊은 산이 무너지지 않으면 강은 멈추지 않는 법이고…… 죽지 않으면 언젠가는 원한을 갚을 수 있겠지요. 후일을 기약…… 컥!”
숨을 몰아쉬던 중년인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번쩍이는 빛.
그의 가슴에 박혀 있는 것은 소도.
한 생명은 그렇게 무너졌다.
운학진인은 오래도록 중년인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흘러나온 피눈물이 이미 피로 더럽혀진 중년인의 옷자락에 색을 더했다.
심하게 푸들거리던 중년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사제!”
운학진인의 목소리가 하늘로 메아리쳤다.
운학진인은 중년인의 시신을 놓고 일어섰다. 그리고 둘러선 삼십여 명의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돌아가시오. 당신들이 원했던 대로 내 사제가 죽었소. 이제 만족하시겠소? 빈도는 가장 사랑하는 사제의 죽음을 보았고 그 일족을 파문했소. 이제 만족하시겠소. 수치도 모르는 자들 같으니……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심이오. 스스로 도인이라 이야기할 수 있소? 언젠가 당신들은 후회하실 거요. 우리 청성이 살아 있는 한 이 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